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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조선일보 문화부 신정선 기자입니다. ‘그 영화 어때’ 224번째 레터는 5일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사랑의 하츄핑: 고래보석의 전설’입니다. ‘그 영화 어때’ 장기 구독자시라면 기억하실 거예요. 제가 얼마나 하츄핑을 열렬히 지지했는지! 2년 전 ‘사랑의 하츄핑’ 개봉 때, 82번째 레터로 ‘조정석 위협하고 전도연 제쳤다, ‘사랑의 하츄핑’ 등장츄~‘라고 보내드렸습니다. 아마도 일간지 영화 기자 중에서 가장 열광적으로 ’하츄핑‘을 썼던 거 같습니다. 저, 사내 메신저 프사도 3년째 하츄핑 씁니다. 관객 124만으로 K애니의 새 장을 열었던 ’하츄핑’의 후속편이 나온다니, 시사회 오픈런. 그런데. 사랑스러운 하츄핑은 어디 갔단 말인가요. 돌아온 ‘하츄핑’은 저를 실망핑으로 만들어버렸네요. 왜 그렇게 실망했는지 말씀드릴게요.
2년 만에 돌아온 우리의 하츄핑은 저렇게 로미 공주의 어깨에 얹혀서 귀여움을 발산합니다. 그리고 맞장구 몇 번. 그게 전부입니다. 그럼 로미는 뭐하냐. 웁니다. 울고요. 또 웁니다. '사랑의 하츄핑: 고래보석의 전설'은 저를 실망핑으로 만들었네요./바이포엠스튜디오
하츄핑은 작고 귀여운 티니핑들 중에서도 가장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2년 전 많은 사람을 홀렸습니다. 티니핑 모르던 어른들까지 빠졌으니까요(저 포함). 2024년 8월 개봉한 ‘사랑의 하츄핑’의 누적 관객은 124만명. 100만 넘은 K-애니는 12년 만이었죠. 귀여움으로 쓴 새 역사였습니다. 하츄핑은 말끝에 ‘츄~’를 붙이는데, ‘있잖아츄~’ ‘재밌겠다츄~’ 할 때마다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이번 여름 2년 만에 다시 여름시장을 접수하러 왔으니, 그야말로 ‘보고싶었츄~’였습니다. 현 시。 지구 1황 크리스토퍼 놀란의 ‘오디세이’와 같은 날 개봉은 ‘하츄핑’이라서 가능한 대담함이죠.
아니, 기자 양반, 애들이나 보는 애니 아니요, 하실 수 있는데, 아닙니다. ‘하츄핑’의 흥행 성공은 2030 관객이 가세했기 때문이거든요. 그래서 2년 전 100만 넘었을 때 저희 신문 기사 제목이 ‘30대도 오열핑 만든 ‘사랑의 하츄핑’ K애니로 12년 만에 100만 관객 돌파’였습니다. 귀여운 하츄핑과 짝꿍이 되려는 주인공 로미의 분투는 어른이 봐도 감동적이었으니까요. 1편은 러닝타임이 86분이었는데 2편인 ‘사랑의 하츄핑: 고래보석의 전설’은 105분이나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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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20분이나 늘었네요. ‘애들이나 보는’ 애니라면 이 정도 길이로 야심차게 뽑지 않죠.
‘보고싶었츄~’ 달려간 시사회장, 우선 뛰어난 부분부터 말씀드려야겠네요. 3D 애니 기술력으로는 어디에 내놔도 자랑스러울 것 같습니다. 색감 정말 예쁩니다. 하츄핑과 로미의 주조색인 분홍으로 달성할 수 있는 뽀용함은 다른 데서 따라오기 어려울 거에요. 바다면 바다, 꽃밭이면 꽃밭, 화사한 배경과 미세한 표현도 빼어나고요. 1편에 비해서도 눈에 띄게 발전했습니다. 이런 기술력은 기술 수준도 수준이겠지만 시간과 예산의 싸움이었을텐데, 제작진이 많이 고생하셨을 것 같습니다.
가장 큰 아쉬움은 이야기와 캐릭터입니다. 돌아온 ‘하츄핑’에는 하츄핑이 없어요. 정확히 말하면 있긴 있는데, 그저 액세서리입니다. 여전히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별반 하는 일 없이 인간 주인공인 이모션왕국의 공주 로미의 어깨에 얹혀 있는 장신구 역할이 거의 전부입니다. 유일하게 주어진 역할이라면 로미에게 맞장구치기입니다. 로미에게 맞장구치기는 등장하는 거의 모든 인물, 즉 엄마인 왕비, 해적 선장(여성입니다), 바다 소년들의 임무이기도 해서 하츄핑만 하는 것도 아니고요.
'사랑의 하츄핑: 고래보석의 전설'의 악당은 푸른 용입니다. 용이 약간 중국풍으로 보이는데, 환경을 파괴하는 인간들을 다 쓸어버리고 물바다로 만들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다지 힘은 없어보여요. 실제로도 로미가 코에 손 한번 갖다대니 바로 아웃. 로미와 엄마를 울리는 기계적인 역할만 주어진 탓이 아닐까 합니다./바이포엠스튜디오
1편은 하츄핑과 친구가 되려는 로미의 모험이 위주가 되다보니 갈등과 도전, 성취와 성장, 눈물과 감동이 잘 살아있었습니다. 그 누가 사랑스러운 하츄핑과 친구가 되고 싶지 않겠어요. 로미가 마침내 하츄핑과 짝꿍이 됐을 때, 마치 제가 하츄핑과 손을 맞잡은 듯 감동했습니다. 로미는 1편에서 정말 많이 노력했거든요. 하츄핑에게 거절당했을 뿐 아니라 여러 역경이 있었습니다. 숲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을 때 목숨을 걸고 뛰어들었던 용기는 진짜 박수쳐줄 만했지요.
그런데 2편의 로미는 1편에서 나이가 더 들었는데도 오히려 퇴행했습니다. 로미가 하는 일은 딱 하나. 웁니다. 울고요. 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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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만 우는 게 아닙니다. 등장하는 거의 모든 인물, 엄마도 울고, 해적 선장도 울고, 선원도 울고, 바다 소년도 웁니다. 다 우는데, 특히 로미가 자주 웁니다. 얼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이고 떨어지는 화면이 내내 나옵니다.
1편의 로미는 원하는 것, 목표로 하는 걸 위해 과감하게 도전했고, 머리를 썼고, 몸으로도 부딪혔고, 끝내 쟁취했습니다. 2편의 로미는? 웁니다. 울고요. 웁니다. 가끔 안 울 때가 있는데 그럴 땐 짜증냅니다. 떼를 씁니다. 그러다보니 로미의 실제 동작도 극히 제한적입니다. 자주 반복되는 동작이 있는데, 양손 주먹을 쥐고 어깨 높이로 들어올립니다. 뭔가 의지를 보여주려는 동작인데, 로미의 서사와 감정 표현이 눈물과 떼쓰기에 한정돼 있다보니 주먹만 자꾸 쥐어요. 웃고, 달리고, 고민하고, 마침내 해냈던 1편의 로미는 어디 간 걸까요.
제작진은 모녀의 사랑에 집중했다고 하더군요. 울보 떼쟁이 딸로 보여지는게 모녀의 사랑을 부각시키는데 더 나은 선택이었을까요. 엄마 왕비만 해도 그렇습니다. 방금 아이돌 무대 서는 분인 줄 알았어요. 엄마 아니고 언니처럼 보입니다. 제가 기억이 잘못됐나 해서 1편을 다시 보니 1편은 지극히 자연스럽게 아름다운 엄마 왕비였습니다. 그런데 2편의 왕비는 당장 여자 아이돌 오디션 봐도 되겠어요. 많아야 20대 초반으로 보입니다. 아빠 왕과 나란히 있는 장면에서는 부부가 아니라 아빠와 큰 딸로 보이고요. 모녀의 사랑은 엄마가 아이돌급이어야 가능한 것일까요.
아빠 왕 말씀을 드렸지만, 딱 한 장면 나옵니다. 가족 애니인데 아빠가 안 보여요. 로미의 남자친구 비슷한 역할로 나오는 바다 소년도 하츄핑만큼이나 액세서리입니다. 하는 일은 로미에게 맞장구치기, 로미가 예쁘다고 감탄해주기, 로미가 대단하다고 치켜세워주기입니다. 아빠를 지우면 모녀가 강조되고, 남친을 매력없이 만들면 여주인공이 강조가 되는 걸까요.
이렇게 귀여운데... '사랑의 하츄핑: 고래보석의 전설'에는 하츄핑 외에도 귀여운 티니핑들이 셋이나 더 나옵니다. 그런데 매력을 보여줄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요. 가장 아쉬운 부분 중 하나입니다./바이포엠스튜디오
큰 이야기로 봤을 때, 악당인 용에게 잡혀간 엄마의 희생, 엄마의 사랑을 깨달은 로미의 각성에 집중돼 있는데, 각성한 로미가 보여주는 능력이 사실상 전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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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로미가 어떻게 해서가 아닙니다. 태어날 때부터 .지받은 로미에게 주어진 아이템, 콤팩트의 힘입니다. 소위 말하는 뗌빨이죠. 콤팩트는 1편에서도 나오긴 했는데, 그때는 로미 캐릭터가 잘 살아있다보니 부수적인 아이템으로만 보였는데, 이번엔 로미 캐릭터가 없어서 콤팩트가 유달리 더 부각돼 보입니다.
로미가 실제로 한 거라곤 용의 코에 손을 갖다댄 것뿐입니다. 그러자 100분 가까이 끌어오던 모든 문제의 종결. 로미가 할 수 있다고 보여줄 수 있는게 이것밖에 없다니. 허탈하더군요. 아, 그전에 한 게 있긴 합니다. 예쁘게 변신하기. 여아 중심의 모든 애니가 특히 신경쓰는 장면인데, 변신할 때 하츄핑도 예쁘고 로미도 예쁘긴 합니다. 그런데 예쁜 걸로 모든 게 해결될 거 같으면 누가 100만 애니를 못 만들겠습니까. 분명하고 또렷한 캐릭터가 예쁘기까지 해야 예쁨이 더 빛나는 거겠지요.
예쁨으로 말하자면 하츄핑 외에 새로 등장한 티니핑들도 있습니다. 찰랑핑, 소라핑, 방울핑이 나오는데 얼마나 귀여운지 몰라요. 그런데 얘들도 하는 게 그다지 없어서 더더욱 안타깝습니다. 좀 더 부각됐으면 좋았으련만.
캐릭터가 증발하면서 ‘하츄핑’의 수록곡도 그다지 하고 싶은 말이 없어보입니다. 마지막 하이라이트에 나오는 노래 가사는 ‘사랑해’의 반복입니다. 제가 이번 레터를 보내려고 시사회 말고 지난 주말 프리미어 상영에도 갔는데(아쉽다는 의견이라면 2번은 보고 쓰자 싶어서), 제 옆자리에 있던 꼬마 관객이 노래를 듣다 말고 그러더군요. “시끄러워.” 아이의 정직한 반응에 저도 놀랐습니다. 2편에 여러 곡이 나오는데 1편의 ‘처음 본 순간’처럼 귀에 남는 노래는 안 들렸습니다. 노래의 문제라기보다는 이야기의 힘이 약해서 아닐까 합니다. 스토리와 노래가 서로 잘 감겨야 멜로디도 살아나니까요.
‘하츄핑’ 시리즈는 3부작입니다. 아마도 2년쯤 후에 세 번째 ‘하츄핑’이 나올텐데 그때는 더 반갑게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당분간 사내 메신저 프사를 그대로 하츄핑으로 유지하려 합니다. K애니의 희망인 ‘하츄핑’, 더 똑똑하게 잘 자라서 3편에서 만나고 싶습니다. 그때는 ‘그 영화 어때’ 레터에서 신나게 박수쳐주고 싶네요. 그럼, 저는 다음 레터에서 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영화는 세상의 창이고 호수이며 거울. 여러분을 그 곁으로 데려다 드립니다.
그 영화 어때 더 보기(https://www.chosun.com/tag/cinema-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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