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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입니다. 24일부터 27일까지 나흘 동안 빨간 날입니다.
명절 연휴의 '휴'는 쉴 휴(休)자에서 비롯됐습니다. 사람이 나무에 기대어 쉬는 모습을 형상화 한 것인데요. 그런데, 모두가 쉴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왜 명절증후군이라는 단어는 생겨났을까요? 누군가에게는 과도한 노동이, 누군가에게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부담되는 날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명절증후군'은 한국에만 있는 걸까.
명절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엄마들의 세 번째 노동
▲ 명절증후군, 한국만의 언어일까?
ⓒ 챗GPT로 이주연 생성
해외에서 크리스마스는 꽤 큰 행사로 치러지죠. 미국의 한 사회학 연구는 연말 명절 준비로 늘어나는 여성의 노동을 '홀리데이 트리플 시프트'로 설명했습니다.
미국사회학회가 2025년 10월 발표한 연구 <명절을 '마법처럼' 굴러가게 만드는 엄마들의 세 번째 노동>에는 "12월에 어머니들의 가사노동 시간은 10시간 늘었지만, 아버지들의 총시간은 늘지 않았다"는 대목이 있습니다. 12월에는 어머니들의 가사 노동 및 쇼핑 시간이 증가한 것인데요. 그 중 상당 부분에는 '음식 준비·식사 제공·정리'가 있었다고 합니다. 연구진은 평소 여성들이 유급노동에 가사노동을 더한 상태에서 연말에는 명절 준비까지는 떠안게 됐다는 뜻으로 '명절 트리플 시프트(holiday triple shift)'라 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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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도 12월에는 어머니들의 가사 노동 및 쇼핑 시간이 증가한다.
ⓒ alsyshka on Unsplash
영국에도 연말에 집안일이 누구에게 부담되느냐에 대한 조사가 있습니다. 영국 여론조사전문기관 '유고브'가 2025년 11월 그레이트브리튼 성인 4243명을 온라인 조사한 결과, 가족과 크리스마스를 보낸다는 응답자 중 '크리스마스 선물 구매를 전부 맡는다'고 답한 비율은 여성 46%, 남성 14%였습니다. 이들 중 여성이 메인 요리를 전부 맡는 비율은 27%(남성은 12%), 여성이 식료품 장보기를 전부 맡는 비율은 38%(남성은 16%)로 조사됐다고 합니다.
일본에서도 연말연시를 준비하는 데 따른 육체적 피로 정도를 조사한 결과가 있는데요. 일본 크로스마케팅이 2024년 12월 시행한 조사에서 연말연시 육체적 피로가 걱정된다고 답한 여성은 28%, 남성은 17.5%였습니다.
줄이거나, 각자 가거나, 안 가거나
이 같은 추세 속에, 사람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명절을 바꿔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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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오세치'를 손수 만드는 방식을 내려놓고 있다고 합니다. 오세치는 새해를 축하하며 먹는 다양한 조림·구이·절임 요리를 뜻하는데요. 예전에는 하나하나 직접 만들었다면, 이제는 완제품을 구매하거나 혼합해서 사용하는 방식이 더 많아졌다고 합니다.
2024년 일본 크로스마케팅 조사(전국 20~69세 남녀 1100명 대상 온라인)에 따르면, 집에서 오세치를 마련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6.2%였다고 합니다.
집에서 오세치를 마련한다고 답한 43.8% 가운데에서도 완성된 오세치 세트를 구매(12.7%)하거나, 일부는 만들고 일부는 구매(11.5%), 반찬을 여러 가지 사서 직접 담음(7.9%), 반찬 1~3가지만 사서 놓음(6.6%) 등이 다수였습니다. '전부 손수 만든다'는 5.1%에 그쳤다고 합니다.
누군가 준비를 줄인다면, 누군가는 귀성의 동선을 바꿉니다.
일본 <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새해에 부부가 '각자 귀향'하는 새로운 일상이 떠오르고 있다고 합니다. 신문이 2025년 11월 성인 12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명절 때 일본 부부들은 각자의 부모를 찾아뵙는 '각자 귀성'을 해봤다는 응답이 60%에 달했습니다.
이 중 54.3%는 "각자 귀성을 여러 번 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5.3%는 "한 번 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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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는 '시도해보진 않았지만 고려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답니다. 각자 귀성을 택한 이유, 분명했습니다. 20대 응답자 중 63.5%는 "다른 사람의 가족에 대해 걱정하지 않고 편안하게 쉬고 싶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명절을 위해 음식 등을 준비하는 사람만 명절증후군에 시달리는 건 아닙니다. 각종 잔소리에 노출되는 이들 역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이죠. 누군가는 명절 그리고 가족과 한 발 멀어지기를 택하고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2024년 '가족의 압박에 지친 젊은 중국인들, 설날 불참을 택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신문은 "많은 중국 청년이 일주일간의 연휴 동안 고향에 내려가는 대신, '돤친(断亲·친척과의 관계를 끊거나 친인척 교류를 피하는 것)'을 선택하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저장성에서 거주하는 26세 여성 벨라의 이야기가 그 중심에 있었습니다. 벨라는 말합니다. "명절 때마다 으레 따라오는 죄책감 유발 행태에 진저리가 났다고"요. 그는 "전통적 도덕관념을 앞세운 집요한 추궁과 압박을 느낄 수 있었다"며 "여기서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지만 집에 가면 그런 자유가 사라져 버린다"고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연휴 동안, 일부만의 노동을 들여 일부만 즐기는 건 이제 옛 이야기가 돼야겠죠. 명절을 바꿔낸다는 건, 모든 사람이 같은 시간에 같은 방식으로 모여 같은 역할을 해내야 한다는 규칙을 바꾸는 일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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