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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핵안보 프로젝트 5 :핵잠수함 개발과 운용 전략
정성장·정한용·김지용·이대한·조성국·이찬송·권세은·김덕기·피터 워드·최윤정·하상섭 지음/한국핵안보전략포럼 엮음/블루앤노트
한국의 핵안보 프로젝트 5 :핵잠수함 개발과 운용 전략. 한국핵안보전략포럼 제공
핵위협은 이제 하늘에서만 오지 않는다바다 밑에서, 소리 없이 다가오고 있다.
북한이 핵탄두를 탑재한 잠수함과 전략핵잠수함 개발을 본격화하면서 한반도의 핵위협은 지상과 공중을 넘어 수중으로 이동하고 있다. 발사된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미사일을 탑재한 잠수함을 찾아내고, 놓치지 않고, 끝까지 추적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한국핵안보전략포럼에 5번째로 발간한 ‘핵잠수함 개발과 운용 전략’은 한국형 핵추진잠수함(핵잠)을 둘러싼 논의를 찬반 구호에서 실행의 문제로 옮겨 놓는다. 한국이 우선 확보해야 할 전력은 무엇인지, 핵잠 보유국들은 어떤 시행착오를 겪었는지, 핵연료와 원자로-선체 통합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승조원과 정비 인력은 어떻게 양성해야 하는지, 그리고 한미·한불 협력을 어떤 제도적 틀로 설계해야 하는지를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공동저자인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한국형 핵잠은 전쟁을 위한 사치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전쟁을 막기 위한 국가적 보험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북한의 핵무기가 바다 밑으로 이동하면 한국의 북핵 대응 시간표와 작전 개념도 달라져야 한다는 게 책의 요지다.
그동안 한국의 북핵 대응 논의는 핵미사일의 발사 징후를 포착하고 발사된 미사일을 탐지·요격하는 데 주로 초。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잠수함은 지상 발사대와 다르다. 바닷속으로 사라지면 위치를 특정하기 어렵고, 발사 플랫폼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가 위협이 된다. 위기 상황에서는 한국과 미국의 판단 및 대응 시간을 극도로 압축할 수 있다.
북한의 전략핵잠수함이 실전 배치된다면 한국은 두 가지 질문에 동시에 답해야 한다. “발사된 미사일을 어떻게 요격할 것인가”와 “미사일을 탑재한 잠수함을 어떻게 찾아내고 끝까지 추적할 것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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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은 두 번째 문제가 더 어렵고 근본적임을 지적한다. 특정 시.에 적 잠수함을 탐지하는 것과 핵무장을 한 잠수함을 장기간 놓치지 않고 따라붙는 것은 전혀 다른 임무이기 때문이다.
한국형 핵추진 잠수함 그래픽. 문근식 한양대 특임교수 제공
보이지 않는 적보다 더 위험한 전력의 공백
잠수함전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만이 아니다. 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도 끝까지 따라갈 수 없는 전력의 공백이 더 위험하다.
한국 해군은 세계적 수준의 디젤-전기 추진 잠수함을 건조하고 운용하고 있다. 그러나 디젤 잠수함은 아무리 성능이 뛰어나도 배터리 충전, 잠항 지속 시간, 고속 추적 능력에서 구조적 한계를 가진다. 북한 잠수함이 동해와 서해를 넘어 서태평양으로 진출한다면 위협은 한반도에 국한되지 않고 미국의 확장억제와 인도·태평양의 전략적 안정에도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은 지상과 공중의 대응체계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발사 이후의 방어뿐 아니라 발사 이전 단계에서 수중 플랫폼의 이동을 지속적으로 감시·추적하고 억제할 수 있는 해양 전력이 필요하다. 책은 한국형 핵추진잠수함 논의의 출발。을 바로 이 ‘수중 추적의 공백’에서 찾아야 한다는 사실을 제기한다.
한국에 필요한 것은 핵무장 SSBN이 아니라 비핵무장 SSN
핵추진과 핵무장은 다르다. 핵잠은 원자로를 동력으로 사용하되 재래식 무장으로 적 핵잠을 추적·억제하는 전력이다.
책은 핵추진잠수함을 곧바로 핵무장과 동일시하는 혼선을 먼저 바로잡는다. ‘핵추진’은 원자로를 동력원으로 사용한다는 뜻이고, ‘핵무장’은 핵탄두를 탑재한다는 뜻이다. 한국이 우선 추진해야 할 전력은 핵탄두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로 전략적 핵보복 임무를 수행하는 전략핵잠수함(SSBN)이 아니라, 장기간 수중에서 은밀하고 신속하게 기동하며 적의 전략핵잠수함과 핵무장 잠수함을 추적·억제하는 공격핵추진잠수함(SS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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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SSN의 임무는 북한 잠수함을 공격하는 데만 있지 않다. 전략핵잠수함 추적, 정보수집, 적 수상·수중 전력 견제, 해상교통로 보호, 특수작전 지원, 한미연합전력의 작전 공간 확보, 위기 시 국가 지도부의 선택지 확대 등으로 이어진다. 핵잠은 단순한 대잠전 플랫폼이 아니라 해양전략과 동맹전략을 연결하는 다목적 전략자산이다.
핵잠 무용론을 넘어
이 책의 제54장은 비용과 미래 무인체계, 비확산 우려, 군비경쟁 가능성 등을 근거로 제기되는 세 가지 무용론을 검토한다. 그리고 한국형 SSN의 가치를 직접억제력 강화, 한미동맹 현대화, 해상교통로와 글로벌 공공재 보호라는 더 넓은 관.에서 평가한다.
미래 수중전에서 인공지능과 무인수중체계(UUV)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들이 핵추진잠수함을 곧바로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장기간 원해에 머물며 고속으로 기동하고, 여러 무인수중체계를 운용하는 모선 역할까지 수행하려면 충분한 추진력과 지속성이 필요하다. SSN과 무인체계는 대체 관계가 아니라 결합 관계로 보아야 한다.
또한 SSN의 가치는 실제 교전에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평상시에도 적의 위협 인식과 작전 계산을 복잡하게 만들고, 위기 시 상대가 감수해야 할 위험을 높임으로써 도발을 억제한다. 한국형 핵잠은 강대국 지위를 과시하기 위한 사치품이 아니라 북한의 수중 핵위협을 억제하고 국가의 생존 공간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 이 책의 핵심 주장이다.
핵잠은 한 척의 함정이 아니라 수십 년짜리 국가 시스템
정성장 부소장은 “원자로·핵연료·선체뿐 아니라 인력·정비·안전·폐기·지휘통제까지 처음부터 함께 설계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핵추진잠수함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것과 실제로 이를 안전하게 건조하고 지속적으로 운용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핵잠은 조선소에서 선체 한 척을 건조한다고 완성되는 무기체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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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형 원자로, 핵연료, 추진체계, 소음·진동 저감, 방사선 방호, 승조원 교육, 전용 정비시설, 사용후핵연료 관리, 지휘통제, 국제적 안전조치와 동맹 협력이 하나의 체계로 맞물려야 한다.
건조보다 운용이 더 어렵다
핵잠수함은 취역하는 날 끝나는 사업이 아니다. 설계와 건조에서 시작해 정비, 연료 관리, 성능 개량, 승조원 교대, 방사성폐기물 처리, 퇴역과 해체까지 수십 년 동안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장기 프로젝트다.
영국의 경험은 “건조 이후”를 충분히 준비하지 않았을 때 나타나는 문제를 보여준다. 냉전 이후 설계와 생산의 공백, 공급망 약화, 정비시설 병목, 해체 적체가 누적되면서 우수한 잠수함을 보유하고도 실제 작전에 투입할 수 있는 가용 전력이 부족해졌다. 한국은 첫 함의 상세설계 단계부터 후속 물량, 정비 주기, 부품 공급망, 원자로와 연료 관리, 전용 도크, 퇴역·해체 시설까지 전체 수명주기를 계획해야 한다.
프랑스의 사례는 인력과 안전문화가 핵잠 전력의 핵심이라는 。을 보여준다. 프랑스는 해군, 원자력기관, 조선산업, 연구기관을 하나의 전략 프로그램으로 묶고 지상 원형로에서 원자로와 추진계통을 충분히 검증했다. 원자력에너지군사응용학교(EAMEA)를 통해 승조원과 기술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정비·연료 교체·사고 대응 절차를 반복적으로 훈련했다.
한국 역시 핵잠 전용 교육체계와 정비 인력을 조기에 확보해야 한다. 핵잠 보유 능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안전하게 운용하고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국가 역량이다. 기술적 성취를 앞세우다 안전문화와 운용 준비를 뒤로 미루면 사업의 정당성과 국제사회의 신뢰를 동시에 잃을 수 있다.
미국·러시아·중국·영국·프랑스·인도·브라질의 서로 다른 경로에서 공통 조건과 경고를 찾는다
책은 핵추진잠수함 개발에 단 하나의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다. 각국의 위협 인식, 지도자의 결단, 동맹관계, 원자력 산업, 조선 능력, 전략문화에 따라 개발 경로가 달랐다. 그러나 국가별 차이를 넘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공통 조건도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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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강력한 정치적 리더십, 해군 원자력 추진을 전담한 조직, 엄격한 안전문화와 전문 인력 양성체계로 최초의 핵잠 시대를 열었다. 러시아는 막대한 국가 자원을 장기간 투입하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SSBN·SSN·특수목적 전력을 결합한 전략적 체계를 구축했다.
중국은 후발국이지만 국가 차원의 지속적 투자와 기술 모방·개량을 통해 핵잠 전력을 확대하고, 서태평양과 남중국해에서 운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영국은 미국과의 특별한 군사 핵협력으로 빠르게 진입했지만, 설계·생산 공백과 정비·해체 적체가 장기적으로 큰 부담이 되었다.
프랑스는 전략적 자율성과 저농축우라늄 기반 해군 원자력 추진 생태계를 발전시키고, 원자로·선체 통합과 정비·교육을 국가 시스템으로 관리했다. 인도는 러시아의 제한적 지원과 장기간의 독자 개발을 결합했다. 정책 지속성의 중요성과 함께 소수 함대의 운용·정비 부담을 보여준다. 브라질은 비핵무기국으로서 프랑스와 비핵 부문에서 협력하고 원자로와 핵연료 기술은 자립을 추구했다. IAEA 안전조치와 규범 관리의 선례를 만들고 있다.
이들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되는 것은 핵잠 개발의 출발。이 기술이 아니라 위협 인식과 정치적 결단이었다는 .임을 이 책은 보여준다. 또한 해군 단독 사업으로는 성공할 수 없었다. 원자력·조선·방위산업·외교·안전규제 기관이 결집된 국가 총력 체계와 장기간의 예산·인력·산업 기반이 필요했다.
후발국일수록 외부 협력이 중요했지만, 단순한 기술 도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외국의 도움을 자국의 설계·생산·운용 능력으로 전환할 제도와 조직이 있어야 했다. 한국이 배워야 할 것은 특정 국가의 잠수함을 그대로 모방하는 방법이 아니라, 각국의 성공과 실패를 한국의 조건에 맞는 장기 국가전략으로 재구성하는 방법이다.
한국형 해법: 미국이 문을 열고, 프랑스가 시간을 줄인다
‘한국 건조·미국 연료 공급’을 기본축으로 한미·한불·IAEA를 연결하는 책임 있는 협력 모델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 능력과 원전 설계·운영 경험을 보유하고 있지만, 핵잠용 연료의 안정적 공급, 해군 원자로 운용 경험, 원자로-선체 통합, 정비와 교육체계에서는 여전히 공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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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마지막 두 장은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한 한미 협력과 한불 협력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나누어 제시한다.
한국 건조·미국 연료 공급은, 미국 조선소가 자국 잠수함 건조만으로도 포화된 현실을 고려하면, 한국 조선소가 선체와 자체 원자로의 설계·건조를 주도하고 미국이 저농축우라늄 연료와 법적·정치적 협력의 틀을 제공하는 모델이 가장 현실적이라는 분석이다.
정상 간의 정치적 합의는 중요한 출발.이지만 그 자체가 연료 공급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미국 원자력법과 의회 심사, 별도의 해군원자력추진협력협정 또는 이에 준하는 특별입법, 기술보호와 비확산 우려, 국제원자력기구와의 안전조치 협의가 뒤따라야 한다. 핵잠의 문을 여는 것은 정상회담의 한 문장일 수 있지만, 그 문을 실제로 통과하게 만드는 것은 법률·의회·안전조치·신뢰를 결합한 협상 설계다.
프랑스는 미국을 대체하는 우회로가 아니라 한국의 시행착오를 줄이는 완성 파트너로 제시된다. 프랑스는 저농축우라늄 기반 해군 원자력 추진의 실제 운용 경험, 원자로-선체 통합, 소음·진동과 차폐, 대규모 계획정비와 연료 교체, 승조원 교육과 안전문화 분야에서 한국과 협력할 수 있다. 미국이 연료와 제도적 문을 여는 핵심 파트너라면, 프랑스는 건조 시간을 줄이고 운용 위험을 낮추는 전략적 기술 파트너라는 것이다.
책은 2026년부터 2045년까지의 한미 핵연료 협력 로드맵과 제도 구축 방안, 한불 협력 패키지와 단계별 기술 검증 로드맵을 제시한다. 대통령실 직속 국가전략사업단, 별도의 해군 원자력 추진 법제, IAEA와의 사전 협의, 육상 기반 시험·검증 시설, 승조원과 정비 인력 양성, 전용 정비·폐기 인프라를 동시에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형 핵잠은 핵비확산조약과 IAEA 안전조치를 존중하면서도 국가 생존에 필요한 방어 능력을 확보하는 책임 있는 모델로 추진되어야 한다. 이제 한국이 답해야 할 질문은 “핵잠을 가질 것인가, 말 것인가”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어떠한 핵잠을, 누구와 협력해, 어떤 법적·외교적 틀 속에서, 얼마나 안전하게 건조하고 운용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없었다. 원자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