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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뉴스에 웃는 사진
사진은 그 사람을 드러내는 방법입니다. 그러나 찍는 사람이 드러내려는 것과 찍히는 사람이 드러내려는 게 항상 같지는 않습니다.
이번 주는 지켜볼 얼굴이 유난히 많았습니다. 국정감사가 한창인 데다 외교 이슈에 중수청장 인사청문회까지 겹쳤으니까요. 그런데 가장 궁금한 얼굴들이 좀처럼 드러내려 하지 않았던 경우가 있었습니다.
우선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표정입니다. 한미 동맹의 균열 조짐이 있다며 보수 야당이 사퇴를 요구한 정 장관은 지난 월요일 중요한 뉴스 인물이었습니다. 그날 오전 10시 출입기자들의 요구에 응해 간담회 형식의 만남을 예고한 상태였지만, 그 만남은 영상·사진기자에게는 비공개라는 가이드라인이 있었습니다. 정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언론간담회에서 “2026년의 색깔론”이라며 사퇴 의사가 없음을 밝혔습니다. 한미 관계에 대해서는 “한미동맹은 이상이 없다. 동맹은 가치를 공유하지만 이해관계는 같을 수도 있고 상충할 수도 있다”며 “야당이 일부 주장하는, 한미동맹이 흔들리고 훼손되고 있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강한 뉴스였고 얼굴 사진이 필요했습니다. 비공개 회의의 입장·퇴장 모습을 기다리는 방법도 있지만 그것 역시 비공개 가이드라인과 충돌할 수 있어, 사진기자들은 정부서울청사 1층 로비에서 대기했습니다. 출근 모습 촬영이 유일한 대안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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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 15분 관용차에서 내린 정 장관은 카메라 행렬을 보자 웃음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사퇴 요구에 대한 고민이 사진에는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에 셔터를 계속 눌렀지만, 노트북으로 검토해 봐도 뉴스에 적합한 사진은 많지 않았습니다. 차에서 내리던 순간 양복 안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며 잠깐 굳은 표정을 지은 몇 장, 엘리베이터를 타러 걸어가며 잠깐 웃음기가 사라진 모습 정도가 남았을 뿐입니다.
●공개와 비공개는 누가 정하는가
사실 기자 출신에다 정치를 오래 한, 경험 많은 장관이 자신을 둘러싼 공세에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을 직접 카메라에 남기지 않으리라는 것은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정치인이 보여주려는 ‘진정성’이, 뉴스를 다루는 사람이 받아들이는 ‘진정성’과, 또 독자들이 받아들이는 ‘진정성’과는 서로 다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사례는 종종 있습니다. 갈등 관계에 있는 정치인들이 만났을 때 의도적으로 환하게 웃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언론은 악수하며 카메라를 보는 순간 대신, 악수를 한 뒤 손을 놓거나 등을 지고 각자의 자리로 흩어지는 순간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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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국정감사에서 눈에 띈 장면은, 사진기자들의 피사체인 정치인 바로 옆에 붙어 사진을 찍는 젊은보좌관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의원의 홍보 브로셔나 쇼츠를 제작하기 위해 별도의 사진을 찍는 것으로 보입니다. 정치인에게 이제 카메라는 중요한 도구입니다. 자신의 진정성을 유권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필요합니다. 언론이 중간에 끼면 원하는 장면이 그대로 전달되지 않을 수 있기에, 아예 사진 찍는 보좌관을 현장에 배치하는 것입니다.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들은 카메라를 활용하기도 하지만 불리한 상황이 되면 숨기도 합니다. 인사청문회를 앞둔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의 임명을 공개적으로 비판해 대통령의 인사권을 침해했다며 행정안전부 장관으로부터 감찰 지시를 받은 임은정 광주지방중수청장은, 월요일과 화요일 청사에서 대기하던 기자들을 피해 지하주차장을 통해 출근했습니다.
임 청장은 임명 후 첫 공개 일정으로 어제 16일 금요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골라, 민주의문 앞에서 취재진과 마주 섰습니다. 불리한 날엔 지하로 사라지고 보여주고 싶은 날엔 상징적인 장소를 배경으로 카메라 앞에 선 것입니다. 숨는 것도 드러내는 것도, 모두 자신의 ‘진정성’을 전하는 방식입니다.
이것은 어느 정권이나 어느 진영의 일만은 아닙니다. 불리한 순간 카메라를 피해 지하주차장으로, 뒷문으로 사라지는 공직자의 뒷모습은 민주화 이후에도 늘 반복돼 온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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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개와 비공개를 그때그때 당사자가 정할 뿐, 공직자의 일정 공개에 뚜렷한 원칙은 여전히 자리 잡지 못했습니다.
국민이 관심 갖는 현안을 두고 기자 간담회를 하면서도 화면에 잡히는 것은 피하거나, 평소와 달리 지하주차장으로 출근하는 것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닙니다. 다만 입장을 밝히는 자리를 필요에 따라 공개·비공개로 결정하는 권한이 공적 인물들에게만 있다는 。은, 사진을 보시는 분들도 함께 아셨으면 합니다.
● 독자들의 머릿 속에 남는 진정성은 뭘까
한 사람의 진정성은 하나가 아닙니다. 정 장관이 웃는 것도, 언론이 고민 끝에 한 순간을 고르는 것도, 독자의 마음에 남는 이미지도 모두 한 사람의 진정성입니다. 그래서 뢰브케(Luebke)는 이를 연출된(performed)·매개된(mediated)·지각된(perceived) 진정성이라는 개념으로 정리하기도 했습니다. 하나의 사건에 세 개의 진정성이 겹쳐 있고, 그 셋은 끊임없이 서로 협상하며 구성되는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공인은 초상권을 주장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정치인은 자신의 부음 기사 말고는 사진 찍히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다는 농담이 있을 만큼 카메라에 가까운 직업이고, 독자와 유권자도 그런 문화에 익숙합니다.
불편한 뉴스 앞에서 카메라를 피할 때, 유권자에게는 ‘지하로 사라지는 뒷모습’ 한 장이 남습니다. 그것 또한 하나의 진정성일지 모릅니다. 그리고 그것이 가장 중요한 진정성일 수도 있습니다. 백년사진이었습니다.
다.
이런 사
